해를 더할수록 깊어지다
하나,
동장윤다는 고졸하고 단정한 맛으로 몸과 마음의 갈증을 서서히 가라앉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차나무 잎의 독성은 제다법에 따라 독특한 매력의 맛을 내기도 하지만, 동장윤다는 이 독성을 최대한 줄이는 데 힘을 쏟습니다.
특별한 맛과 향을 내는 첨가물도 넣지 않습니다.
흙과 물, 불과 돌의 힘을 빌어 잘 자란 차나무 잎에서 자연스레 향과 맛이 배어나 무르익게 합니다.
그 결과, 동장윤다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 마셔도 속은 편안하고 몸은 따뜻해집니다.
긴 대화가 오가는 동안, 혹은 생각이 깊이 영그는 사이, 한 자리에서 여러 잔 마셔도 부담이 없습니다.
둘,
동장윤다 제다법은 7~9세기 중국 선종 사찰에서 자리 잡은 약발효藥醱酵차법을 토대로 삼았습니다.
차나무잎의 독성을 줄이고 몸에 좋은 차로 만들기 위해 정동주, 조정연 부부는 20여 년에 걸쳐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중국과 고려의 차에 관한 고문헌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전통 발효의 원리를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깊이 있는 차 역사와 이론에 대한 이해와 통찰은 동장윤다의 맛의 뼈대를 세웠고, 먹거리 본연의 맛과 영양을 살려내는 손맛과
지혜가 동장윤다의 맛의 살이 되었습니다.
먼 옛날 차가 태어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오래 사랑받아온 차문화 역사를 읽고 되새깁니다.
옛것을 바로 알고서, 오늘, 나와 내 가족과 벗이 마시는 차에 건강한 바람을 담아 만듭니다.
이렇게 태어난 동장윤다 제다법은 세상 더없이 창의적입니다. 차를 만들고 평가하는 주류가 되어버린 중국이나 일본식 제다법이나 분류 어디에도 포함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셋,
동장윤다는 지리산 화개에서 나는 유기농 차나무 잎으로만 만듭니다.
이 지역 차나무는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 계곡, 산기슭 바위틈, 구릉에서 자랍니다.
지리산에서 야생으로 나고 자라던 차나무 씨를 심어 군락을 이루게 했습니다.
키울 때도 야생차의 생태를 거스르지 않게끔 애씁니다.
계절이 지나 부러진 나뭇가지와 낙엽이 땅에 떨어지고 차차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듯이,
찻잎 수확이 끝난 후에 차나무 가지치기를 한 다음, 그 가지와 잎을 고스란히 두어 퇴비 역할을 하게끔 합니다.
차나무 군락지의 토양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 지역에서는 가축도 기르지 않으며,
차나무 근처에서 자라는 작물에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전통적인 차밭 관리 방식을 인정받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험준한 지리산 지역의 독특한 기후와 자연환경,
화개 지역 농민들의 노력으로 자라고 수확한 차나무 잎은 동장윤다의 맛의 바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