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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무리 진 여름 들녘에서 생각하다
옛사람들은 이 땅의 산과 들에 나는 거의 모든 풀과 꽃과 그 뿌리를 먹을거리로 삼았고, 독이 있으면 그 독을 다스려 약으로 써왔다. 반면, 개망초는 이렇다 할 쓰임새가 없다. 옛사람들이 보기에 개망초는 제 잘난 맛으로 창궐해 논밭 작물들을 위협하는 것
6월 20일


芒種有感
망종 즈음 바다를 낀 들녘에 가서 보았다.
썰물 진 갯벌엔 바지락 캐는 사람 몇이 엎드려있다. 길섶에는 허름한 유모차가 버려지듯 서 있다.
그제야 나는 갯벌의 사람들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인 줄 알았다.
저녁 무렵이면 바지락 담은 낡은 대바구니와 기
6월 5일


때가 되기를 기다리다
하늘 뜻이 땅에 닿으면 땅속, 땅 위의 만물은 일제히 움이 튼다. 새순이 나와 잎과 줄기로 자라고 꽃이며 열매가 생겨난다. 풀, 꽃, 나무 모든 것이 인간과 동물의 먹이가 되고 집이 되고 옷감이 된다. 약이 되기도 한다. 사계절의 색이 되고 풍경이 된
5월 20일


小滿, 텃밭 소묘
강낭콩 콩노굿 이는 때다. 어른 무릎 높이로 자란 콩의 너풀대는 잎 사이사이로 흰색, 분홍색 꽃이 앙증맞다. 얼핏 여느 시골 콩밭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밭 가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인다. 동다헌 콩밭 이랑과 이랑 사이 고랑에는 열무가 자란다.
5월 20일


입하, 산에 들에 자라는 식물에게 배우다
보름 전 곡우더니 오늘 입하 날입니다.
입하 전 스무날 남짓 동안 우리나라 산에 들에 자라 핀 식물들 새순 거의 다가 사람 먹거리 되고, 들짐승 산짐승의 먹이도 됩니다.
살큼 데쳐 무치면 향기는 맑고, 맛은 부드러우며, 빛깔이 순하고 곱습니다.
5월 4일


푸른 사월 들녘에 서면
아무것 탓하지 않고 푸른 사월 들녘에 서면
흙 속 저승 일이 낯익은 풀꽃으로 피지 않더냐.
부디 곡우 날 맑고 부드러운 차 한 잔 달여
목숨의 아름다움 챙겨보시라.
4월 19일


붉디붉은 그리움 끝에 맑고 밝은 아침이
1858년 청명절,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삼년상 치르던 날에 초의 스님은 제문을 적어 바치면서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죽음을 애도하였다.
초의 스님은 추사를 처음 만난 1817년부터 추사 선생이 영별한 1856년까지 서른아홉 해 동안 교류하
4월 2일


꼭꼭 씹을수록 봄은 당신 가까이 깃들고_ 쌉싸래한 머위, 풋풋한 취, 싱그러운 상추 쌈
밤새 봄비가 내렸다. 해 뜰 무렵 비 그치고 바람은 어찌나 상쾌한지 도 미 솔 솔 음률이 실린 듯하다. 이 무렵 아침 뜰에 서면 발은 보드라운 흙빛이 되고 머리칼은 풀빛으로 물이 들어 나무처럼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들에 한참 서서 보면 늘 지나치
4월 2일


나란한 찰나의 茶
차茶는 치우침 없이 살아가려는 수행과 닮았습니다.
맛을 내는 모든 음식은 양념을 넣지요.
양념거리는 저마다 개성이 있으니 어느 한 가지가 치우치게 많거나 적으면,
맛이 덜하거나 못 먹을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음식을 분간하여 먹을 줄 알면
3월 19일


그것은 갓 돋은 참나물 이파리 위로 하늘거린다_참나물 부침
이맘때 동다헌 밥상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매 끼니 부지깽이나물, 참나물 무침이 번갈아 오른다. 부지깽이나물로 먹는 섬쑥부쟁이는 볕 바른 데, 그늘진 데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자란다. 꺾어 먹고 또 꺾어 먹어도 힘차게 순을 밀어 올린다. 반면, 참나
3월 19일


우레 같은 침묵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3 동다헌 마당 모든 나무 중에 가장 일찍 꽃을 피운 풍년화. 소담스러운 꽃과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 경칩(驚蟄)은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는...
3월 3일


우수 뒤에 얼음같이
엊그제 설을 쇠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모두 반갑고 미더움에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새해 소망과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길이 안 보이고, 견디기 힘든 불안이 쌓여 얼어붙은 시대를 걱정하기도 했지요.
2월 17일


얼음 아래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여든 번째 장 삶은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집니다. 먹고 입고 자는 일을 반복하면서 생긴 경험들이 습관이라는 두꺼운 얼음장을 만들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사소함 이름도 모르고 불러주지도 못한 것은 습관적...
2월 3일


그대의 새 날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일흔아홉 번째 장 새로 봄이 오는 날입니다. 새봄은 새로운 것을, 새롭게 보는 것입니다. ‘새’는 새것, 새로운 것, 새로 나온 것입니다. ‘봄’은 만나다, 깨닫다, 함께 누린다는 말입니다. 새봄은...
2월 3일


글 너머의 봄
차와 사람과 이야기 08 : 임포 林逋 송나라 시인 임포(林逋)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烹北苑茶有怀》 石碾輕飛瑟瑟塵,乳香烹出建溪春 世間絶品人難識, 閑對茶經憶古人 <북원의 차 마시며 생각하기로> 절구에서는 푸른 빛의 가루 날리고 찻물에서는...
2월 3일


大寒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차문화는 정신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는 인간의 생활입니다. 옛사람들은 세상이 고통에 빠져 신음할 때 그 고난을 극복하는 데 헌신하는 지성의 용기와 행동을 차 정신의 상징으로 삼아왔습니다. 한 개인에게나 한 가정,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차의 정신은
1월 20일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차와 사람과 이야기 07 : 이숭인 李崇仁 서거정 선생은 <태평한화골계전>에서 자락처(自樂處)에 관한 세 사람의 일화를 옮겨 실었다. 자락처란 말 그대로 홀로 몸을 즐거이 둘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한가할 때 무얼 하며 쉬면 제대로...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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