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霜降, 말씨로 생각을 꽃 피우는 일
찬 서리 내리면 정녕 추위 온다던 기별이다.
추위로 얼어 터져서 영 못쓰게 되기 전에 서둘러야 할 일 한두 가지 아니다.
그중 우리 차문화의 독자성 갖추는 일도 화급 다투는 일이다.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듯 차문화도 그렇다.
알뜰하게 갖춘
10월 22일


무심한 江 가을 산모롱이 휘돌아가기 전에
무심한 江 가을 산모롱이 휘돌아가기 전에
물드는 화살나무잎 위에 참회를 적어
강물 위에 띄워 보내고는 잊어버리라고
못 잊어도 살다 보면 잊히는 것이라고
자릿수건 거두어 접고
두 손을 얹는다.
10월 7일


그 소식 듣거든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16 "꽃무릇 붉고 아슬한 찬란함의 이승에서" 김장 채소밭 이랑마다 낮은 짧아지고 길어지는 밤이 무 배추 어린 이파리 위에 색깔로 넓이와 키로 살아있다. 쉼 없이 가고 또 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낮과 밤 짧아지고...
9월 22일


거울에 비치는, 풍경들
백로 날 아침 이슬은 맑고 깊은 고요의 거울이다.
맑기는, 잊고 살았던 굽이굽이 옛길들 다 비치고
깊기는, 과거 현재 미래 다 잠기고도 남으며
고요는, 감추고 감춘 부끄러운 죄의 숨 가쁜 맥박소리 들린다.
9월 6일


잎은 꽃을 기다리고
밤새 相思花 몇 송이가 피었습니다.
잎은 꽃을 기다리고, 꽃은 잎을 기다린 지 어언 수 천 년
올해도 잎 만나러 꽃대궁 높이 그리움 깃발처럼 피었습니다.
상사화도 죄 많은 내 이마 짚어주십니다.
8월 22일


참나리꽃 다 지기 전에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날들이 대서 무렵 참나리꽃을 피운다.
조금씩 짧아지는 낮과 길어지고 있는 밤 이야기와
매미와 풀벌레와 뻐꾸기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키가 크는 참나리꽃 다 지기 전에
그대 소식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7월 21일


개망초 무리 진 여름 들녘에서 생각하다
옛사람들은 이 땅의 산과 들에 나는 거의 모든 풀과 꽃과 그 뿌리를 먹을거리로 삼았고, 독이 있으면 그 독을 다스려 약으로 써왔다. 반면, 개망초는 이렇다 할 쓰임새가 없다. 옛사람들이 보기에 개망초는 제 잘난 맛으로 창궐해 논밭 작물들을 위협하는 것
6월 20일


芒種有感
망종 즈음 바다를 낀 들녘에 가서 보았다.
썰물 진 갯벌엔 바지락 캐는 사람 몇이 엎드려있다. 길섶에는 허름한 유모차가 버려지듯 서 있다.
그제야 나는 갯벌의 사람들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인 줄 알았다.
저녁 무렵이면 바지락 담은 낡은 대바구니와 기
6월 5일


때가 되기를 기다리다
하늘 뜻이 땅에 닿으면 땅속, 땅 위의 만물은 일제히 움이 튼다. 새순이 나와 잎과 줄기로 자라고 꽃이며 열매가 생겨난다. 풀, 꽃, 나무 모든 것이 인간과 동물의 먹이가 되고 집이 되고 옷감이 된다. 약이 되기도 한다. 사계절의 색이 되고 풍경이 된
5월 20일


小滿, 텃밭 소묘
강낭콩 콩노굿 이는 때다. 어른 무릎 높이로 자란 콩의 너풀대는 잎 사이사이로 흰색, 분홍색 꽃이 앙증맞다. 얼핏 여느 시골 콩밭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밭 가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인다. 동다헌 콩밭 이랑과 이랑 사이 고랑에는 열무가 자란다.
5월 20일


입하, 산에 들에 자라는 식물에게 배우다
보름 전 곡우더니 오늘 입하 날입니다.
입하 전 스무날 남짓 동안 우리나라 산에 들에 자라 핀 식물들 새순 거의 다가 사람 먹거리 되고, 들짐승 산짐승의 먹이도 됩니다.
살큼 데쳐 무치면 향기는 맑고, 맛은 부드러우며, 빛깔이 순하고 곱습니다.
5월 4일


푸른 사월 들녘에 서면
아무것 탓하지 않고 푸른 사월 들녘에 서면
흙 속 저승 일이 낯익은 풀꽃으로 피지 않더냐.
부디 곡우 날 맑고 부드러운 차 한 잔 달여
목숨의 아름다움 챙겨보시라.
4월 19일


붉디붉은 그리움 끝에 맑고 밝은 아침이
1858년 청명절,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삼년상 치르던 날에 초의 스님은 제문을 적어 바치면서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죽음을 애도하였다.
초의 스님은 추사를 처음 만난 1817년부터 추사 선생이 영별한 1856년까지 서른아홉 해 동안 교류하
4월 2일


꼭꼭 씹을수록 봄은 당신 가까이 깃들고_ 쌉싸래한 머위, 풋풋한 취, 싱그러운 상추 쌈
밤새 봄비가 내렸다. 해 뜰 무렵 비 그치고 바람은 어찌나 상쾌한지 도 미 솔 솔 음률이 실린 듯하다. 이 무렵 아침 뜰에 서면 발은 보드라운 흙빛이 되고 머리칼은 풀빛으로 물이 들어 나무처럼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들에 한참 서서 보면 늘 지나치
4월 2일


나란한 찰나의 茶
차茶는 치우침 없이 살아가려는 수행과 닮았습니다.
맛을 내는 모든 음식은 양념을 넣지요.
양념거리는 저마다 개성이 있으니 어느 한 가지가 치우치게 많거나 적으면,
맛이 덜하거나 못 먹을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음식을 분간하여 먹을 줄 알면
3월 19일


그것은 갓 돋은 참나물 이파리 위로 하늘거린다_참나물 부침
이맘때 동다헌 밥상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매 끼니 부지깽이나물, 참나물 무침이 번갈아 오른다. 부지깽이나물로 먹는 섬쑥부쟁이는 볕 바른 데, 그늘진 데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자란다. 꺾어 먹고 또 꺾어 먹어도 힘차게 순을 밀어 올린다. 반면, 참나
3월 19일


우레 같은 침묵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3 동다헌 마당 모든 나무 중에 가장 일찍 꽃을 피운 풍년화. 소담스러운 꽃과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 경칩(驚蟄)은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는...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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